[기고] 장애아들을 둔 어느 엄마의 작은 소망
[기고] 장애아들을 둔 어느 엄마의 작은 소망
목욕시설이 있는 집을 가지는 게 평생 꿈이었어요!
  • 경남매일일보
  • 승인 2018.12.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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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 거창읍 복지허브담당계장 신동범
거창군 거창읍 복지허브담당계장 신동범

8월 어느 무더운 여름날 거창읍의 한 마을을 찾았다.
우리가 방문한 집은 부부가 모두 지적장애이며 25살 난 아들은 뇌병변 1급 장애로 휠체어에 의지하여 겨우 생활하는 장애인 가구였다.

마당과 집안에는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고 방안의 도배와 장판은 언제 했는지 모를 정도이며, 부엌은 땔감으로 난방을 하는 재래식 아궁이에 벽과 천정은 시커멓게 낀 그을음으로 낮인데도 어두운 밤을 방불케 했다.

방은 전기장판이 보일러를 대신했고 대문 곁의 재래식 화장실은 장애를 가진 아들에겐 차라리 고난의 순례길 이었다.

그동안 복지업무를 맡으며 현장을 수없이 다녀봤지만 최악의 상태로 어떻게 하면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년도 ‘120 사랑의 집짓기’ 대상자로 추천해서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게 나을까? 상의해보니 부모님과 얼마 전까지 함께 살아온 주택을 허물지 않으려는 부부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주택의 실제 소유자는 서울 사는 형수였고 집수리 허락을 받는데도 한 달 가까이 걸렸다.

다음은 어떻게 주거환경개선을 진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올해의 주거환경개선 관련 여타 사업은 이미 종료돼 마땅한 방안이 없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린다고 다행히 지난 7월 거창군 공무원노조의 복지사업인 지역주민을 위한 주거환경개선사업에 기 추천한 대상자가 사업을 앞두고 요양원에 입소를 하여 대상자를 장애인 가구로 변경하게 되었다.
 
 막상 주거환경개선을 시작하려니 공무원노조의 지원예산인 400만원으로 인건비는 제외했음에도 전체 견적 1,600만원에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거창군 공무원노조와 노조의 복지사업을 재능기부로 수행하는 봉사단체인 청송회에서는 자체 긴급회의를 열어 노조에서 지원금 500만원, 청송회 자체기금 500만원과 회원 개인들의 기부 500만원, 그리고 축협정육회 회원들의 100만원 기부로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날 공사는 11월 18일 일요일 아침 8시부터 시작한 공사가 어둠이 내린 저녁 늦게 서야 마쳤는데 청송회원과 공무원노조회원, 거창읍 직원, 축협정육회원 등 30여명이 직접 재능기부를 하였고 청소년운영위원회 청소년들은 대상 가구를 직접 방문하여 소중한 전자레인지를 기증했다.

 4주에 걸쳐 진행된 장애인 가구의 따뜻한 겨울나기 공사에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열정적으로 참여해 준 공무원노조회원과 청송회와 축협정육회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재능기부 봉사가 있었기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거동이 불편한 아들을 바라보며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기가 갖추어진 집에서 살아 보는 것이 평생소원이었다.”는 장애인 어머니의 울음석인 감사의 말에 진행과정에 있어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작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모든 일을 제쳐 놓고 현장으로 달려와 헌신적인 재능기부 봉사를 해주신 모든 봉사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거창군 거창읍 복지허브담당계장 신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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