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모두 보살피지 못해 미안"
의령군,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모두 보살피지 못해 미안"
  • 박영철 기자
  • 승인 2023.12.21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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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령군
사진=의령군

[의령=박영철 기자] 의령의 공도연 할머니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평생 이웃 사랑 실천으로 지역에서 '봉사왕'으로 통했던 의령 유곡면 공도연 할머니의 '마지막 봉사'는 시신 기증이었다.

공 할머니가 향년 82세 일기로 지난 9월 13일 별세했다.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자녀들은 할머니 시신을 경상국립대학교 의대로 보냈다. 

할머니 시신은 해부학 연구를 위한 실습용으로 기증됐다. 지난해 별세한 남편 고(故) 박효진 할아버지 시신 역시 같은 곳에서 같은 용도로 쓰이게 돼 있어 두 부부는 현재 병원 냉동고에서 마지막 운명을 같이 하고 있다.

할머니의 봉사 인생은 고난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반백 살' 넘도록 계속됐다. 

박정희 대통령에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모든 정부로부터 선행과 공적으로 표창만 60번 넘게 받았다. 2020년에는 사회공헌과 모범 노인 자격으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기도 했다.

장남인 박해곤(63) 씨는 "발인을 못 해 자식으로 마음이 안 좋지만, 이것도 어머니의 뜻이었다. 차가운 병원에 누워계시지만, 아버지와 같이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딸 박은숙(61) 씨는 "봉사는 엄마의 삶의 낙이었다. 일찍부터 마음 그릇이 컸다. 해부학 연구가 끝나고 선산에 어서 모셔 큰절을 올리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는 일기장에 "제가 가난 속에서 살아왔으므로 가난한 사람을 돌보아 주고 싶었고, 어려울 때 같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더욱더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고 싶었습니다"라는 글로 자신의 인생을 반추했다. 그리고 "물 아껴 쓰고, 환경 오염시키지 말고, 젊은 사람들이 자식 2명은 낳아야 할 건데"라는 말을 돌아가시기 전에 자주 말씀하셨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뒤늦게 할머니 별세 소식을 접한 군민들은 ”진정한 천사가 하늘나라로 갔다“, ”죽어서도 큰일을 하시는 진정한 어른이다“, ”군민 대상을 천 번 받아도 모자란다“ 등의 반응을 나타내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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